‘좋은 주식’ 고르려다 계좌가 녹아내리는 이유
한국거래소(2023) 자료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의 60% 이상이 연간 기준으로 KOSPI 지수 상승률보다 낮은 수익을 기록했습니다. 우리는 모두 ‘삼성전자 같은 우량주를 사서 묻어두면 된다’ 혹은 ‘성장하는 2차전지 산업에 투자하면 된다’는 말을 듣지만, 막상 내 계좌는 왜 시장 평균조차 따라가지 못할까요? 어쩌면 우리가 처음부터 잘못된 질문을 하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어떤 주식을 고를까?’가 아니라 ‘어떻게 투자를 설계할까?’라고 말이죠.
## 시장을 이기려는 노력, 왜 실패할까?
우리 주변에는 주식 투자로 큰돈을 번 사람들의 이야기가 넘쳐납니다. 하지만 이는 마치 명문대에 합격한 학생들의 이야기만 언론에 나오는 것과 같습니다. 그 뒤에는 수많은 실패 사례가 존재하지만, 우리는 성공한 소수만 기억하는 ‘생존 편향’에 빠지기 쉽습니다. 전문가들은 어떨까요? 금융감독원(2022)의 한 보고서는 놀라운 사실을 보여줍니다. 지난 10년간 수수료를 받는 액티브 펀드매니저의 85%가 시장 지수를 이기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최고의 정보와 분석 도구를 가진 전문가들조차 시장을 이기는 것이 이렇게나 어렵습니다.
이것은 마치 쏟아지는 폭우 속에서 특정 빗방울 하나를 잡으려는 것과 같습니다. 운 좋게 한두 번은 잡을 수 있겠지만, 매번 성공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죠. 2015년에 5천만 원이 있었다고 가정해 봅시다. 만약 그때 ‘미래를 바꿀 바이오 주식’을 찾으려 애쓰는 대신, KOSPI 200 지수를 추종하는 ETF에 그 돈을 넣었다면 세금을 제외하고도 2023년 말에는 약 8,500만 원이 되어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수많은 유망주들이 시장의 관심에서 멀어지거나 심지어 상장 폐지되었습니다. 종목을 ‘고르려는’ 노력 자체가 우리를 시장 평균 수익률로부터 멀어지게 만드는 가장 큰 원인일 수 있습니다.
## ‘분산투자’의 흔한 착각과 진짜 위험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격언을 모르는 투자자는 없습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네이버, 카카오처럼 여러 종목에 나눠 투자하며 분산투자를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건 진짜 분산투자가 아닙니다. 오히려 ‘한국 대형 기술주’라는 하나의 바구니 안에서 계란의 위치만 살짝 바꾼 것에 불과합니다. 2022년처럼 금리 인상기에 기술주 전체가 하락하면, 아무리 여러 종목에 나눠 담았어도 계좌는 속수무책으로 파랗게 물들고 맙니다.
이것이 바로 ‘아하!’ 하는 순간입니다. 우리가 배운 분산투자는 위험을 줄여주는 안전장치가 아니었습니다.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분산투자는 오히려 수익률만 깎아 먹으면서 진짜 위험(시장 전체의 하락)은 전혀 막아주지 못합니다. 진짜 분산투자는 당신의 포트폴리오를 잘 갖춰진 ‘공구함’처럼 만드는 것입니다. 망치(국내 주식)만 10개를 가지고 있는 건 의미가 없습니다. 망치 외에도 렌치(해외 주식), 드라이버(채권), 줄자(원자재) 등이 골고루 있어야 어떤 상황이 닥쳐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한국 주식시장이 부진할 때 미국 주식이 오르고, 주식과 채권이 모두 부진할 때 금 가격이 오르는 것처럼 말이죠. 이렇게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자산을 섞는 것이 진짜 위험 관리의 시작입니다.
## 종목 선택이 아닌 ‘자산 배분’이라는 시스템
그렇다면 진짜 ‘선수’들은 어떻게 투자할까요? 그들은 종목을 ‘예측’하려 하지 않고, 어떤 상황에서도 계좌를 지켜줄 ‘시스템’을 만듭니다. 이것이 바로 자산 배분과 리밸런싱입니다. 말이 좀 어렵게 들리지만, 카페에서 친구에게 설명하듯 풀어보겠습니다. 당신이 ‘주식 60%, 채권 40%’라는 원칙을 세웠다고 합시다. 그런데 작년에 주식 시장이 크게 올라서 당신의 포트폴리오 비중이 ‘주식 75%, 채권 25%’로 변했습니다. 기분은 좋겠지만, 사실 당신의 포트폴리오는 처음 의도했던 것보다 훨씬 더 위험해진 상태입니다. 이럴 때 오른 주식을 일부 팔아 다시 60%로 맞추고, 그 돈으로 비중이 줄어든 채권을 사서 40%로 채워 넣는 것이 리밸런싱입니다.
이 간단한 원칙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당신은 ‘쌀 때 사서 비쌀 때 파는’ 행위를 감정의 개입 없이 자동으로 하게 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투자자는 이걸 알면서도 실행하지 못합니다. 오르는 자산을 파는 것에 대한 아쉬움, 떨어지는 자산을 사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죠. 이런 감정적 결정을 배제하고 원칙을 지키기 어렵기 때문에 많은 투자자들이 실패합니다. 최근 주목받는 baln 앱의 AI 포트폴리오 진단 같은 기능은 바로 이 지점을 해결해줍니다. 내 포트폴리오에서 어떤 자산군의 비중이 위험할 정도로 커졌는지, 혹은 기회를 놓치고 있을 정도로 비중이 작은지를 객관적인 데이터로 명확히 보여주죠. 기계적으로 ‘이만큼 팔고, 저만큼 사세요’라고 알려주니 감정에 휘둘릴 필요가 없게 되는 겁니다. Bloomberg(2023)의 분석에 따르면, 장기적으로 꾸준한 리밸런싱을 거친 포트폴리오는 그렇지 않은 포트폴리오보다 변동성은 15% 낮추고 수익률은 연평균 1~2%가량 높이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 오늘 당장 당신의 계좌를 열어보세요
‘어떤 주식이 오를까?’라는 질문은 우리를 더 깊은 안갯속으로 끌고 갈 뿐입니다. 이제 질문을 바꿔야 합니다. ‘내 투자 원칙은 무엇인가?’, ‘내 포트폴리오는 그 원칙을 잘 지키고 있는가?’라고 말이죠.
오늘 저녁, 다른 건 다 잊고 이것 하나만 해보세요. 당신의 주식 계좌를 열고, 가장 비중이 큰 5개 종목이 모두 같은 산업(예: 반도체, 바이오, 2차전지)에 속해 있는지 확인해보는 겁니다. 만약 그렇다면, 당신은 스스로 분산투자를 하고 있다고 믿었지만 실제로는 하나의 테마에 모든 것을 베팅하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것이 바로 당신의 계좌가 시장의 작은 흔들림에도 크게 요동쳤던 진짜 이유일 수 있습니다.